신문은 전날까지 상반기 결산을 발표한 501개사(금융 부문 제외한 전체의 32%)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순익이 3조6274억 엔(약 39조5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보다 7% 줄고 영업이익도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의 예상치를 포함하면 전체 순익은 전년보다 19% 감소한 9조8000억 엔이 된다.
신문은 엔고가 순익 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평균 105.2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엔고 진행 폭이 16.7엔 달했다. 이는 러시아 위기 영향을 받은 1999년 이후 최대폭이다. 투자은행들은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0.5% 정도의 이익 감소 요인이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엔고에 따라 순익이 1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수출 기업들이 엔고에 타격을 받은 가운데 정밀기계업종이 19%, 전기가 14% 각각 순익이 줄었다. 애플 부품공급업체인 알프스전자는 달러·엔 환율이 예상치 110엔을 밑돌면서 순익이 전년보다 약 70% 급감했다. 후지필름은 즉석 카메라 체키와 의료기기 판매 호조에도 엔고 부담에 순익이 30% 줄어들었다.
신흥국의 경기둔화 역풍도 컸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브라질 해저유전 시추선 사업 거래처가 파산해 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선박 사업은 대형 수주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가와사키중공업은 7년 만에 적자로 전락했고 조선업계 전체가 마찬가지로 손실을 입었다.
다만 엔고 역풍 속에서도 조사 대상 기업 중 48%가 순익이 늘어나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를 키웠다. 혼다는 중국에서 올 봄 출시한 ‘시빅’ 신모델 인기에 힘입어 순익 증가율이 12%에 달했다. 차세대 반도체 설비투자에 힘입어 실리콘 제조업체 신에쓰화학공업과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도 순익이 늘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금융정책 등에 따라서는 하반기에도 엔고가 재연될 수 있어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일부 기업은 하반기 예상 환율을 100엔 정도로 잡아 현재 환율보다 엔고가 더 확대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