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그동안 수출용 완제품에 들어갈 막대한 자재들을 수입해왔다. 그 중에는 반도체에서부터 조리기구에 쓰이는 레진과 안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첨단 자재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많은 중국 기업이 이들 자재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수입 필요성도 줄었고, 이는 중국 전체의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액은 1990년 이후 거의 매년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14% 줄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지난해 글로벌 무역 증가율에서 0.3%포인트가 깎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1~9월 전체 수입액은 8.2% 감소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달 말 올해 글로벌 무역 증가율이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년간 무역 증가율이 평균 5%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WSJ는 중국의 수입 감소 원인으로 석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중국 경기둔화, 원자재 자체 조달이 늘어난 것을 꼽았다. 지난해 다른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원자재의 중국 수입액은 전년보다 15%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올해 9월까지 수입액도 14% 추가로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수출품에서 해외 원자재나 부품 비중은 1990년대 중반 40%가 넘었으나 지난해는 19.65%로 떨어졌다.
이에 다우케미컬 등 첨단기술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다국적 기업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우케미컬의 피터 옹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중국 매출의 95% 이상을 고가의 화학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미국산 고가 화학제품 수입은 전년보다 8% 줄었다고 WSJ는 전했다.
독일 첨단도료업체 에카르트의 카 록 청 중국 주하이사업부 대표는 “최첨단 기술에서는 중국이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며 “그러나 그밖의 많은 분야에서는 중국이 정말로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첨단부품과 핵심 원자재에서 자체 조달 비율을 오는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각각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이 분야에 투입된 연구·개발(R&D) 비용은 2130억 달러(약 240조4770억 원)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1%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