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대계를 추구하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의 질주가 거침이 없다. ‘60세 은퇴’를 번복하고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됐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하기가 무섭게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리더를 목표로 대형 투자를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4일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목표로 1000억 달러(약 113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 유력 펀드 규모를 크게 웃돈다. 미국 최대 투자회사 블랙스톤이 지난 5년간 조성한 자금이 600억 달러(약 68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향후 5년 동안 250억 달러 이상 들여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IF)가 최대 450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외 투자자들의 참여도 이끌어낼 방침이다.
손 회장은 발표 자료에서 이 펀드에 대해 “향후 10년간 기술 부문에서 가장 큰 투자 펀드가 될 것”이라며 “출자 대상 기술 기업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정보 혁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뜻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전날 미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지머겐에 투자하기로 하고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주도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약 240억 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외에도 소프트뱅크는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 스프린트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도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처럼 거침없는 질주가 다가오는 IoT 시대를 맞아 저변을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이스경제연구소의 야스다 히데키 애널리스트는 “ARM을 인수함으로써 IoT의 핵심을 삼켰다. 거기에서 반도체, 전자 부품, 소프트웨어 등으로의 전개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자본 이득을 노리고 닥치는대로 투자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적합한 기업을 찾아 회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회장은 일찌기 ‘50년 인생계획’을 통해, 20대에 이름을 알리고 30대에는 사업 자금을 모으고,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 모델을 완성시켜서 60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6월 갑자기 계획을 바꿔 후계자였던 아로라 부사장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앞으로 5~10년은 경영 일선에 남기로 했다. 성큼 다가온 IoT 시대가 그의 승부 근성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ARM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다양한 제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시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이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포석인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각 사업의 몸집을 불려왔다. 야후 투자를 계기로 야후 재팬을 시작했고, 영국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 모바일 인터넷으로 저변을 넓혀왔다.
ARM 인수로 IoT 시대의 리더를 선언한 만큼 이번에는 대형 투자 펀드 출범과 함께 새로운 도박을 시작한 것이다. 마침 석유 의존 경제에서의 탈피를 추구하는 사우디와 비전이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파트너십이 가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승부욕을 채우고자 유력 후계자도 물러나게 한 만큼 그의 승부욕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후계자를 물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