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의 '카나브'와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는 고혈압약과 당뇨약 시장에서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보다 뒤늦게 출시됐지만 국내 시장에서 상업성을 입증하며 국산신약 매출 1위 라이벌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카나브가 여유 있게 선두자리를 지켰지만 제미글로가 영업력을 보강하며 카나브를 제쳤다. 카나브는 후속제품을 선보이며 반격을 벼르는 형국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지난달 두 개의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듀카브’를 발매했다. 듀카브는 보령제약의 보령제약의 간판 제품인 고혈압신약 '카나브'에 또 다른 고혈압약 성분 '암로디핀'을 결합한 복합제다. 카나브의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칼슘길항제(CCB 계열)'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계열)' 조합 약물이다.
보령제약은 듀카브의 발매로 카나브의 ‘제2의 도약’을 기대하는 눈치다. 의약품 조사 업체 유비스트의 원외 처방실적 자료를 보면 카나브의 매출은 매년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전년대비 성장률은 2014년 24.0%에서 지난해 14.2%로 다소 둔화되는 흐름이다.
사실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복합제를 중심으로 재편돼 그동안 카나브는 힘겨운 경쟁을 펼쳤다. 올해 상반기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476억원), 한미약품의 ‘아모잘탄’(333억원), 노바티스의 ‘엑스포지’(327억원) 등 ‘CCB+ARB’ 복합제가 시장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카나브가 구축한 시장에 복합제가 가세하면 기존 복합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카나브가 상업성이 높은 후속 제품을 보강하면서 '국산신약 매출 1위'의 향방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으로 갖는 당뇨치료제다. 제미메트는 또 다른 당뇨약 ‘메트포민’과 결합한 복합제다.
제미글로는 매년 매출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카나브와는 대조적이다. 제미글로의 지난해 원외 처방실적은 276억원으로 전년보다 84.6%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대비 80.5%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미글로는 복합제 제미메트를 장착한 이후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고 올해부터 대웅제약을 영업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대웅제약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첫 DPP-4 억제제 ‘자누비아’를 판매해온 영업 노하우를 제미글로 판매에 접목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제미글로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4종의 복합제 서방형을 내놓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LG생명과학 측은 "제미메트는 독자적 제형 기술을 통해 위장관 내에서 서서히 약물을 용출함으로써 메트포르민 복용 시 흔하게 유발되는 위장관계 부작용을 최소화한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카나브와 제미글로 모두 다국적제약사가 내놓은 동일 계열의 신약보다 뒤늦게 허가받았음에도 탁월한 제품력과 한국시장에서 맞춤형 영업력을 가동하면서 '돈 되는 국산신약'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제품 모두 올해 매출 500억원 돌파가 예상되는데, 역대 국산신약 매출 신기록을 예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산신약들은 발매 초기 뜨거운 반응을 보이다 갑작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카나브와 제미글로는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틈바구니에서 국산신약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