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국무원 회의에서 본토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로써 기술과 의약, 신소재, 소비 등 성장주가 몰려 있는 선전증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리 총리는 이날 국무원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후강퉁(상하이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 제도)의 성공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선강퉁 실시 방안을 비준했다”며 “이는 중국 자본시장의 법제화와 시장화, 국제화를 상징하며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 중국과 홍콩이 경제발전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구체적인 시행일자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식 도입까지 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12월 중에 선강퉁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무원은 “선강퉁 준비작업은 기본적으로 완료됐다”고 언급했다.
홍콩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선강퉁은 후강퉁의 큰 틀을 이어받으며 대상 종목은 선전증시에서 최대 880종목이며 홍콩은 417종목이다. 선전증시 종목 가운데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ChiNext, 차이넥스트) 200종목도 포함된다. 다만 차이넥스트는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만 열린다.
WSJ는 선강퉁 승인에 힘입어 연초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중국증시를 기피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당초 지난해 말 선강퉁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위안화 약세와 중국증시 폭락이 겹치면서 이를 연기했다.
아울러 중국 증권당국은 후강퉁에 그동안 적용됐던 누적 총 쿼터제를 폐지하고 선강퉁에도 이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홍콩에서 상하이증시로의 투자쿼터는 총 3000억 위안(약 49조5000억 원), 상하이에서 홍콩증시로는 2500억 위안이 각각 적용됐다. 이를 폐지해 투자자들이 순매수액이 쿼터 한도에 도달해 장기간 주식을 매매하지 못할 위험이 낮아지게 됐다.
다만 투기머니의 급속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일일쿼터는 선강퉁에도 적용한다. 홍콩에서 선전으로 투자액은 하루 130억 위안, 선전에서 홍콩 투자는 105억 위안의 상한선을 각각 마련한다.
중국 정부는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금융시장 개혁이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3년 연속 퇴짜를 맞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중국 본토 A주가 편입될 가능성도 더욱 커지게 됐다.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은 중국 벤처기업의 집결지로 ‘동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악사프램링턴아시아의 마크 팅커 자산매니저 대표는 “선전증시는 전반적으로 나스닥과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에 동참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더욱 면밀하게 선전증시를 주시할 것이다. 선강퉁으로 시장 참여가 더욱 수월해지면 중국과 다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통합에 긍정적 단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전증시 상장사 중 잘 알려진 기업으로는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커, 휴렛팩커드(HP)로부터 팜(Palm)을 인수해 지난해 스마트폰 브랜드로 되살린 TCL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