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업체 BP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합작 석유화학 플랜트의 지분 50%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BP는 10년 전 중국 국영에너지업체인 중국석유화공집단(시노펙·SINOPEC)과 함께 상하이 세코(SECCO) 플랜트에 총 27억 달러를 투자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는 BP가 중국에 투자한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합작회사의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시노펙은 BP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분석 중”이라면서“우리가 이를 매수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어서 BP가 합작 에너지회사에서 발을 빼는 것은 시기적으로 타당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된 BP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가치를 30억 달러로 평가하면서 BP가 SECCO의 자산 매각을 통해 10억~2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BP는 올해 30억~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발생한 법률 비용과 수습비용을 마련할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BP는 사업을 축소할 뿐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으로 에너지 업계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최근 서방 기업들이 중국 사업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BP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대한 중국의 자유화가 더디게 진행돼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점도 서방 기업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토탈은 중국 동북부의 합작 정유공장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로열더치셸도 서남부 지역의 셰일가스 합작개발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서방 에너지업체들이 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와 러시아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