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업체 넷스위트를 93억 달러(약 10조4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오라클이 지난 2004년 피플소프트를 103억 달러에 적대적 인수한 이후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규모다.
오라클은 주당 109달러 현금에 넷스위트를 사들인다. 이는 넷스위트의 전날 종가 91.57달러에 19%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인수 소식에 넷스위트 주가는 이날 18.4% 폭등했고 오라클은 0.6% 올랐다.
WSJ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넷스위트를 사들였지만, 그가 두 회사와 관계가 깊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크 넬슨 넷스위트 최고경영자(CEO)는 1990년대 오라클에서 마케팅 사업을 담당하면서 엘리슨 회장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엘리슨과 그의 가족은 지난 4월 기준 넷스위트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인수가를 고려하면 현재 이 지분 가치는 35억 달러에 이른다. 엘리슨은 오라클 지분 27%도 갖고 있다.
코웬&코의 J. 데릭 우드 애널리스트는 인수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엘리슨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성명에서 “엘리슨과 가족 이외 다른 넷스위트 주요 주주가 승인하지 않으면 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또 오라클의 독립이사 위원회가 이번 인수를 평가하고 협상에도 임했다”고 해명했다.
두 회사 모두 금융과 인적자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자동화를 돕는 기업 솔루션, 즉 ERP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해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넷스위트는 온디맨드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업체다. 브래드 레백 스티플니콜라우스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영역이 일부 겹치지만 넷스위트는 오라클이 강하지 않은 중소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또 해외시장 진출에서 오라클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