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현지 기업 환경은 불확실해졌지만 중국은 적절한 가격에 원하던 현지 기업을 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달려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정책위원을 역임했던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하계 포럼에서 브렉시트가 중국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브렉시트 결과로 영국이 무역 방면에서 중국에 좀 더 의존하게 되고 중국 기업들과도 더 잘 협조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브렉시트의 영향을 덜 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2위 부자인 왕젠린이 이끄는 다롄완다그룹 산하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유럽 최대 시네마체인 영국 오데온&UCI를 5억 파운드(약 754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4억700만 파운드의 부채를 떠안고 환율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인수 규모는 9억2100만 파운드에 이른다.
AMC의 애덤 애론 최고경영자(CEO)는 “완다가 2013년부터 오데온과 인수 논의를 해왔지만 확실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지난달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파운드화가 수십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우리에 일생일대의 기회였다”며 “다른 기업도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캐피털마켓의 레오 컬프 애널리스트는 “AMC의 오데온 인수는 수주 전에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10%는 비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세계 최대 시네마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완다의 야망이 오데온 인수로 가시화한 것이다. 완다는 지난 2012년 AMC를 26억 달러에 사들이고 지난해 호주 시네마체인 호이츠그룹도 3억4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AMC는 오데온 인수 후 전 세계 8개국에 627개 극장, 7600여 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된다. 완다는 이를 바탕으로 유서 깊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인수까지 노렸으나 퇴짜를 맞기도 했다.
올해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내내 시장을 감돌고 있었지만 중국의 영국 기업 M&A 열기는 식지 않았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 기업의 영국 M&A 규모는 36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인 28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부자들은 또 브렉시트로 영국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중국 상하이 소재 해외부동산 투자 전문 포털 쥐와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브렉시트로 영국 부동산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 의견은 2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