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현지의 불안정한 정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구권이 동요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가뜩이나 중동 지역 정세가 혼미한 가운데 터키의 혼란마저 더해지면 구미가 기존 중동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터키는 시리아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과 난민 문제의 최전선에 위치한 요충지다. 서구 국가들은 독재로 향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 정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터키의 쿠데타 실패 소식에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완전히 지지한다”며 에르도안 정권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회원국인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 IS와 전투를 벌이는 미군 등에 기지를 제공한다.
러시아 외무부도 전날 “터키와 주변국이 이미 테러 위협이나 무력 분쟁에 노출돼 있다”며 “터키 정치상황의 악화는 세계와 지역 안정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U는 터키 정세 불안정에 초조한 모습이다. 현재 터키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경유국으로 이런 흐름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터키가 더 많은 난민을 받아주는 대신 EU로부터 자금지원을 얻는 형태다.
에르도안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평가지만 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서구권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에르도안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과 학자, 야당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물론 서구권에도 종종 강경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에르도안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에는 동조하면서도 IS 소탕에는 처음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IS 소탕작전에서도 미국이 지지하는 쿠르드 세력에 대한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쿠르드족에 끊임없이 군사행동을 하면서도 IS에는 미온적이어서 테러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군 일각에서도 현 정부의 테러정책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다. 테러와 함께 터키 내 균열이 표면화된 이번 쿠데타 미수는 서구권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신문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