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포켓몬GO’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구글이 신드롬의 주역인 나이언틱을 분리시킨 것에 뼈아픈 후회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벤처 인큐베이터를 자처하면서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지붕 아래 모든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려 했던 구글의 전략이 나이언틱의 성공으로 흔들리게 됐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IT전문매체 리코드가 보도했다.
포켓몬GO는 연일 신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다. 트래픽 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웹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 중 포켓몬고의 일일활동사용자(DAU) 비율이 출시 닷새 만인 11일 5.92%로, 현재 3.5% 수준인 트위터를 제쳤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기관 서베이머키는 미국 내 포켓몬GO 하루 사용자 수가 지난 12일 최대 약 2100만명까지 치솟아 지난 2013년 캔디크러쉬사가가 세운 미국 게임 사상 최대인 2000만명 기록을 깼다고 분석했다.
앱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애플 iOS 기기 사용자 중 포켓몬GO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11일 기준 33분 25초로 페이스북(22분 8초)과 스냅챗(18분 7초) 등 다른 인기 유명 앱을 웃돌았다.
이런 세계적인 게임을 개발한 것이 바로 한때는 구글의 사내 벤처였던 나이언틱이다. 나이언틱은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구글 임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구글지도와 구글어스 등 구글의 다양한 지도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던 존 한케 부사장이 나이언틱을 세운 것이다.
나이언틱은 위치 기반 공지 서비스 필드트립과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잉그레스 등 안드로이드 앱을 내놓았다. 사실 포켓몬GO는 ‘땅따먹기’ 게임 형식이었던 잉그레스가 ‘보물찾기’ 형태로 바뀌고 여기에 포켓몬 캐릭터를 얹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구글은 작년 여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직전 나이언틱을 독립시켰다. 최고경영자(CEO)로 나이언틱에 남기로 한 한케는 지난해 10월 닌텐도와 그 자회사 포켓몬, 구글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본격적으로 포켓몬 GO 개발에 나섰다.
사실 잉그레스 자체도 한때 게임 사용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히트를 쳤기 때문에 구글이 나이언틱에서 손 뗀 배경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리코드는 구글이 분사 당시 성명에서 ‘파트너’라고 언급한 사실을 주목했다. 구글은 플랫폼을 중시하기 때문에 특정 파트너를 중시하는 모습을 꺼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나이언틱의 잠재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큰 닌텐도도 구글과 같은 대기업과 맞상대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을 수 있다고 리코드는 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매출과 구글지도 사용 등으로 포켓몬GO 성공에 따른 쏠쏠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포켓몬GO의 성공은 벤처 인큐베이터라고 자부했던 구글에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고 리코드는 지적했다. 스타트업을 더 키우고자 알파벳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었지만 그 지붕에서 벗어난 나이언틱이 대박이 나는 이례적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구글의 문화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