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악재로 궁지에 몰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가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
테슬라는 13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대신 자사 고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모델X’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회사는 7월 1일자로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건 파격적인 경영전략으로, 구매한 지 3년된 전기차 세단 ‘모델S’의 중고차 가격을 50%까지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중고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사 고객들이 구입한 자동차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은 전략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자 이를 중단하고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으로 인한 테슬라의 부채는 15억8000만 달러(약 1조81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말 이후 20% 넘게 급증한 것이다.
테슬라는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모델X 크로스오버의 새 버전인 ‘60D’ 시작 가격을 9000달러 인하한 7만4000달러로 책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가격 인하 조치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S 기본 가격을 6만6000달러로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매체 포춘은 테슬라가 최근 2개 분기 연속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실적 부진은 물론 최근 ‘오토 파일럿’이라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약 28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업체 솔라시티 인수 방안도 투자자는 물론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솔라시티는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이다.
지난 주말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급 기밀 마스터플랜”을 이번 주 내로 공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테슬라와 솔라시티 합병에 대한 구체적 계획안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에 관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머스크는 ‘1급 기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0.94% 하락한 222.53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