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지난 시즌이 8월에 시작됐을 때 베팅업체들은 레스터시티가 우승할 확률은 0.0002% 밖에 없다고 점쳤다. 우승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시즌 끝에 레스터시티가 우승 트로피를 들자 레스터시티 우승에 걸었던 소수의 광팬들은 큰 돈을 손에 넣은 반면, 거의 모든 고객이 판돈을 잃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로 결정이 나면서 당시 금융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23일 투표가 종료된 시점에서 일부 베팅업체는 영국의 EU 탈퇴 확률은 10% 미만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터여서 대부분이 영국의 EU 잔류, ‘브리메인(Bremain)’에 베팅했다. 하지만 베팅업체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비켜갔다.
스위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대기업 줄리어스 베어 그룹의 크리스찬 가티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베팅업계가 이렇게 큰 실수를 한 것이 지금까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베팅업체들이 제시하는 확률은 ‘군중 심리’가 반영돼 여론조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확률은 논리적인 예측과는 거리가 멀고 일련의 편견이나 선입견에 좌우되기 쉽다는 것. 편견의 대표적인 예로 런던을 들 수 있다. 런던의 경우, 이번 국민투표에서 가장 큰 도박을 했다. 이곳에서는 약 3분의 2가 잔류 쪽에 투표했다. 또한 선입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런던과 에딘버러였다. 주요 투자회사의 본사가 런던과 에딘버러에 집중돼 있는데, 에딘버러도 4분의 3이 잔류파였다.
주요 베팅업체 윌리엄 힐에서는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약 2개월 전에 런던 중심가에 사는 한 여성이 EU 잔류에 10만 파운드를 베팅했다. 그는 4만 파운드의 이익을 노렸다. 윌리엄 힐 대변인 그레이엄 샤프는 그것이 잔류 쪽의 승리에 베팅한 판돈으로는 최고액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EU 탈퇴에 건 베팅 최고액은 불과 1만 파운드였다고 한다. 이 금액으로 베팅한 고객은 3명으로 그 중 2명은 런던 시민이었다.
현재 베팅업계는 차기 총리가 누가 될 지를 놓고 베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