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간 롯데형제들, '주총'보다 '신격호 정신감정'결과가 운명 가른다

입력 2016-06-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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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신동주-동빈 롯데가(家) 형제들이 이달 말 일본에서 세번째 표 대결을 치를 예정인 가운데, 이들의 운명은 '표 대결' 보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심감정'이 더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주-동빈 형제, 일본서 표 대결 '자신만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액시올사와의 에탄 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총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6월 말경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총이 끝난 직후에 곧바로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7일 해외출장길에 오른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국내 상황 수습보다는 '표심' 잡기가 우선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두 차례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실패하는 등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 회장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임을 인지한 것에서 비롯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번 표 대결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주총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 회장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고, 지난 12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경영권 탈환을 위해 도쿄에 머무르며 이사 등 임직원의 지지를 받기 위한 활동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종업원지주회 전체 130명 멤버들의 개별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주총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4%, LSI 10.65%, 종업원지주회 27.75%, 임원지주회 5.96%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등 3곳이 13.94%, 오너일가와 재단이 15.18%를 보유 중이다.

▲SDJ코퍼레이션이 제공한 롯데홀딩스의 주구 구성 표.
▲SDJ코퍼레이션이 제공한 롯데홀딩스의 주구 구성 표.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얽혀 의결권이 없는 LSI 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의결권 지분율은 광윤사 31.5%, 종업원지주회 31.1%, 미도리상사·패미리·그린서비스 3곳 15.6%, 임원지주회 6.7%, 오너일가와 재단 15.2% 등이다.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누가 받느냐가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일단락지을 수 있다. 만약 신 전 부회징이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만 받으면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탈환할 수 있다.

롯데홀딩스 주총은 2015년 1월 이후 4차례 개최됐으며 지금까지 종업원지주회는 신 회장과 현 경영진을 지지했다. 롯데그룹 측도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게 신 회장의 지지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년후견인 결과' 내달 나온다… 형제 운명 가른다 = 신 회장이 직접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가운데, 전문가들 역시 형제들의 운명은 표심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여동생 신씨는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최근 진행되는 가족 간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분쟁의 중심 신동주·동빈과 함께 후견인 대상으로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밝혀 온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함께 후견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현재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그다지 양호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이럴 경우 그동안 '신 총괄회장은 건강하며, 아버지가 지명한 후계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던 신 전 부회장은 명분과 설득력을 잃게 된다. 아울러 '아버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제기한 다수의 '위임장 소송'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내몰린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명분상 타격을 입게 된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에게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 분위기를 바꿔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또 운명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신 전 부회장이, 문제가 없으면 신 회장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신 건강이 좋다면 신 총괄회장은 검찰의 조사에 응하고, 배임이나 횡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롯데의 동일인(기업 총수)은 신 총괄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는 유리해지지만 대신 아버지는 처벌 대상자가 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만약 신 회장이 그동안 주장했던 것처럼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는 유리해지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한다. 정신 건강이 안 좋은 고령의 총괄회장을 물리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신 총괄회장이 2013년 말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전체적인 건강이 쇠퇴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위법한 행위가 이뤄질 당시 의사 결정을 누가 했느냐, 당시의 정신 건강이 어땠느냐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04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장에 취임했고, 2011년에는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롯데그룹의 경영 비리 등의 위법 행위가 어느 시점에 이뤄진 것인지, 지시를 내린 사람이 신 총괄회장인지 신 회장인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년후견인 다음 심문 기일이 오는 27일로 정해졌다. 이날 법원은 정신 감정을 대체할 증거방법을 신청하거나, 이미 신청된 증거를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끝내 정신감정을 거부하더라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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