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을 또 연기하면서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공격적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1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2017년 4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10%로의 인상을 2019년 10월로 2년 반 연기한다”고 공식 표명했다. 그는 “신흥국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가 새롭게 하강할 위험에 놓여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정책 총동원이 필요하다”고 외부적 요인을 증세 연기 이유로 꼽았다.
당초 아베는 지난 2014년 11월 소비세율 인상을 1차 연기했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나 동일본 대지진급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다시 연기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아베는 이날 “그동안의 약속과는 다른 새로운 판단”이라며 “소비세율 인상으로 내수가 꺾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세 연기가 사실상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아베노믹스 엔진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말이 오히려 아베노믹스 엔진이 꺼지고 있는 현 상황을 나타낸 것처럼 들렸다고 꼬집었다.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최근 3개 분기 가운데 2개 분기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지난 4월에 전년보다 0.3% 하락해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BOJ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온갖 노력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아베노믹스가 계속되는 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팬매크로어드바이저스의 오쿠보 다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자 모두 이미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포기했다”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아베노믹스 입안자 중 한 명인 혼다 에쓰로 내각관방참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BOJ가 6월 중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자산매입 목표를 100조 엔(약 1086조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SJ는 이는 같은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불과해 일본을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할 수는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 첫 해에 기대했던 성장모델 창출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