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 안건을 가결했다.
이로써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공기관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총 5곳으로 늘었다. 남은 금융공공기관은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4곳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이들 9개 공공기관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권고안 보다 강화된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최하위 직급(5급)과 기능직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성과연봉 비중을 올해 20%까지 늘리고, 내년에는 30% 이상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최고(S)-최저(D) 등급 간 차등폭은 최소 2배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 평가시스템도 도입한다.
특히 금융위는 이달 안에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반면 연말까지 미도입할 경우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부여했다.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다음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신보, 수은의 정기이사회가 각각 23일, 26일로 예정돼 있는 데다, 성과연봉제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심의·의결이 가능한 만큼 기은과 예탁결제원도 도입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애초 금융노조의 반발이 워낙 거센 만큼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요원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금융공공기관의 맏형 격인 산은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분위가 달라졌다. 산은은 이사회를 통해 금융위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수용했다.
금융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잇따라 도입했지만, 법적 분쟁 등 노조와의 풀어야 할 난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이사회 의결의 정당성 여부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 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니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 아닌 만큼 의견만 들으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산은 노조는 지난 18일 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다른 금융공공기관 노조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