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정부의 경기민감업종 대상에서 제외되며 기업 구조조정 광풍에서 벗어났지만 해외사업 수주절벽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주택사업으로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금융위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주재 하에 '제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상황과 계획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이날 조선과 해운만 경기민감업종으로 유지하고 건설 분야는 민감업종에서 제외했다. 건설업황이 지난해 다소 개선된데다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칼날을 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주택인허가 물량은 76만 5328가구로 전년대비 48.5% 확대됐다. 관련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고치다.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물량인 75만여 가구를 넘어서는 수치다. 분양 물량 수치도 52만 5000가구를 찍으며 2007년 이래 최대치를 보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민간건설 수주가 102조 5000억원에 달하고, 공공부문 발주량도 29조에 육박한 만큼 당분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위기는 넘겼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사업이 전반적으로 잘 된데다 중견·대형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위기를 인식하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재편이 있을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면서도 "올해는 국내외 사업이 다 부진할 것으로 보여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주택사업이 호황을 맞이한 반면 해외사업 부진은 면치 못했다. 2014년 660억달러에 달했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30% 추락해 2009년 이전 수준인 461억달러로 되돌아갔다. 현재 수주액도 이날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급감(119억달러)하며 초라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최근 해외사업을 살리기 위해 '해외건설 수주플랫폼'을 내놓으며 의기투합했다. 지역·공종 다변화로 해외건설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진지 오래다. 빗장이 풀린 이란에서 20조원의 수주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안에 이란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란이 최대 2100억 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발주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발주는 하반기 혹은 내년이 돼야 가능한데다 이란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유가 추락 가능성이 여전히 짙어 수주절벽을 쉽게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주지역 다변화도 쉽지 않다. 현재 아시아 지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계 건설사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중국계 건설사들이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권기혁 실장은 "건설사들이 중동 사업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의 시장 참여자들로 인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청구공사의 잠재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국내 8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 규모는 9월 14조5000억원에서 12월 11조9000억원으로 3조 가까이 줄었지만 감소액 절반 이상은 불확실성이 낮은 자재기성 관련 미청구공사인데다 공정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금액이다. 진행률 90% 이상의 준공이 임박한 현장의 미청구공사액은 2조원을 넘고 있어 여전히 잠재 위험이 높다.
현재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14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다. 대형건설사 중에선 두산건설이 2009년 사업비 2조원에 달하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분양에 실패한 뒤 7년 가까이 유동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화건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소문 사옥을 매각한데 이어 물류센터 창고 등도 처분할 것으로 알려진 한화건설은 지난해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3.8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잠재적 부실기업에 속한다는 의미다. 현재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건설사는 두 기업을 포함해 12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미분양이 계속되거나 금융권이 건설사들을 상대로 여신규모를 축소하면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이 더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은 크다"며 "작년처럼 주택사업이 해외사업 부진을 상쇄시킬 만큼 업황이 좋진 않을 것으로 여겨져 업체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