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대견한 LCC, 고마운 LCC

하유미 산업2부 차장

‘실업’이란 단어만 들어도 암울해진다. 이 단어에 ‘청년’이 앞에 붙으면 더 짠해진다. 언제부터인가 이 두 단어를 언급할 때는 ‘희망’을 배제한다. 너무 오랜 기간 고질적인 문제로 뿌리 깊게 박혀있어서일 거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노는 청년이 56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웬만한 유럽의 도시 인구와 맞먹는다. 이 중 90% 이상은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12%대를 넘어섰다. 물론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20~30%에 달할 것이다.

이 통계치만 보면 실업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고, 기업들은 고용 규모를 줄여나갈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고맙게도 해가 갈수록 채용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들 LCC는 대부분 첫 출범 이후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흑자로 돌아선 지 몇 년 안됐다. 그런데도 꾸준히 항공기 도입, 노선 확대를 통해 급성장한 것은 물론 국내 항공 시장을 견인하고 있을 정도다. 그 고마움을 채용으로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기 1대당 직원 수가 50~60여명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매년 1000명 이상은 고용이 보장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1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포함됐다. 3년 연속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선정된 제주항공의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1442명으로 전년 대비 354명(33%) 늘었다. 제주항공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4%의 고용증가율을 기록했고 올해도 2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은 2012년 363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818명으로 125% 증가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객실 인턴승무원 채용 규모를 당초 30여명에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함은 물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46명으로 2배가량 늘렸다. 진에어도 지난해 국내 LCC 중 최초로 장거리 노선(호놀룰루)에 취항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남녀 객실승무원 180여명을 채용했다.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는 에어부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종과득과(種瓜得瓜)’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는 뜻으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LCC들이 지금처럼 성장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당시 몇 군데는 그야말로 자본잠식률 100%를 넘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그 회사들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아주 초라하지만 10억도 안되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바닥이다. 이는 어쩌면 의지와 신뢰의 문제다. 국내 LCC들이 ‘작은 고추가 맵다’는 저력을 보여준 것처럼 더 큰 기업, 정부도 지금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유미 기자 jscs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