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야는 국가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간산업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계 산업이기도 하다. 해운 선사들이 다양한 재화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며, 이 선박을 건조하는 곳이 바로 조선 업체다.
한때 한국 무역 7000억 달러(약 815조1500억원)를 돌파하며 해운업이 호황일 때가 있었다. 당시 한진해운·현대상선·팬오션 등 국내 선사 빅3는 수십억 달러 수출탑을 받은 것은 물론,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선업체들도 배 만들기 바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과 조선은 지속적인 불황으로 지금까지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때 세계 1위를 누리던 한국의 조선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값싼 인건비를 내세우며 급부상한 중국에도 밀렸다. 물동량이 줄어들고 운임 상승이 요원한 해운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두 업종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정부의 지원책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는 금융권과 함께 조선업에 수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반면 해운업은 그저 뒷전인 것이다.
일례로 정부와 산업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4조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며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오랜 기간 적자로 힘든 STX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에 대해서도 조만간 1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 같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을 주력산업이라 판단,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반면 해운업은 서글프다. 해양수산부는 “내년 정부 총 예산은 삭감됐지만 우리는 예산이 증가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규모가 미미하다. 해운 등에 대한 예산을 2조원 넘게 확보했으나 이는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해양보증보험 출자 규모를 200억원에서 고작 400억원으로 늘렸다고 한다. 수년간 지지부진하다 올해 들어 겨우 출범한 해양보증기금은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자본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총 자본금은 올해 1250억원, 향후에는 5500억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5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앞으로 20년간 총 744척의 선박을 지원할 수 있다하지만, 사실상 이 금액은 배 한두 척 주문하면 바닥난다.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조선업에만 상당히 후한 것 같은데, 이는 부모가 1등 하는 자식을 부진한 자식과 차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조선이 1위가 되기까지 해운이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사들이 배를 주문해야 조선사들이 돈을 번다. 또 주문하는 과정에서 선사들은 이것저것 추가 요구를 했을 것이고, 조선사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1등만 보는 정부의 ‘얕은 안목’이 ‘깊은 혜안’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