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불확실·불안·불투명’ 3불 해운업, 1년만 참아보자!

입력 2016-02-26 11:06 수정 2016-02-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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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2부 차장

해운업은 10여년 전만 해도 참 정직한 산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해운업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나름의 명확한 법칙이 있었다. 해운시장에 투입되는 선복량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불황일 경우에는 신규 선박의 투입이 급격히 줄고 선복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급 조절이 된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또 다시 호황이 찾아온다. 그러면 신규 선박 수요는 늘고 이 선박들이 건조되고 운항에 투입되는 2~3년 후에는 선복량이 다시 늘어 운임이 하락하는 등 일련의 주기가 반복된다. 따라서 선사들은 이 같은 법칙에 따라 시황을 예측하고 미래를 대비함과 동시에 수익도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그 주기가 흐릿하다 못해 사라져버렸다. 경기가 ‘장기’ 침체돼 거래되는 물동량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선복량이 계속 많아질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성화됐다. 2007년 호황기 때 무리하게 발주했던 선박들이 2010년부터 시장에 쏟아지면서 일어난 선복량 과잉 현상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즉 수급 균형이 아예 깨져버린 셈이다.

BS금융그룹 산하 BS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선복량 증가율이 연평균 12%에 육박해 해상 물동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해상 물동량 증가율이 3%대로 뚝 떨어지면서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선복량 증가율(8%)에 크게 하회, 선복량 과잉 수준이 40%를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안목과 적절한 판단력이 없다면 선사들의 경영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판단력의 가장 절대적인 기준은 경기 흐름 주기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그 주기가 흐려져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안갯속을 헤매는 국내 선사들은 나름 자구책을 마련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는 해운업을 도와준답시고 지원책을 고민한다고는 하지만, 영 탐탁지 않다. 자금력이 딸리는 선사들은 힘이 없고, 무지한 정부는 생색만 내는 그야말로 엇박자다.

결국 시황이 살아나는 것만이 답이다. 그러려면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물론, 글로벌 경기회복을 주도하던 미국 경기가 유가 하락과 정책금리 인상의 역풍을 맞으며 주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글로벌 해운시장은 2017년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는 “2008년부터 시작된 벌크 해운 시장의 침체는 2017년 상반기쯤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보고 있다. 2012년부터 건조 물량이 미미하지만,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으며 선종 변경, 노후선박 해체 및 매각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수급 균형점에서 만나는 시점이 2017년쯤이 될 것이란 의미다. 우리 선사들아, 1년만 더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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