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봄기운이 만연하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채권 발행이 줄을 이을 조짐이라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펀드시장 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003년 이 업체가 관련조사를 시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이일드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뜻한다.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수익률이 높다.
마르코 발디니 바클레이스 유럽 회사채 신디게이트 부문 담당자는 “지난 1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당시 이탈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왔다”면서 “향후 이러한 흐름이 수주 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늘어나고 은행에서는 신규 발행 회사채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3주간 회사채 판매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3주간 유로화 표시 채권 전체 물량 중 64%, 미국 달러 표시 채권 중 49%가 팔렸다. 특히 올 들어 회사채 발행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적다는 점도 앞으로 회사채 신규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은 오는 10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부양책도 회사채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스 로렌첸 씨티그룹 채권 투자 전략 책임자는 “이코노미스트의 25% 정도가 ECB가 회사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과 국제유가 회복세 등의 요소도 글로벌 회사채에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주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12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생활용품업체 존슨앤드존스 역시 75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 시스코시스템즈도 70억 달러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통신업체인 보다폰과 BT가 각각 60억 유로, 39억 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영국 석유회사 BP도 2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