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0대 대통령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별세했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향년 94세.
레이건 여사 측 대변인 조앤 드레이크는 낸시 여사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울혈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21년 뉴욕 출생인 낸시 여사는 1940~50년대 할리우드 배우로 활동하다 1951년 당시 유명 배우였던 레이건 전 대통령을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결혼 이후에는 배우 활동을 접고 레이건 전 대통령의 내조에 전념했다. 1967~1975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일 때 베트남전 참전군 돕기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또 지난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레이건 대통령의 두 번의 재임 동안 퍼스트 레이디로 남편의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낸시 여사는 1980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약 퇴치 캠페인인 ‘아니라고 말해라(Just Say No)’라는 운동을 주도했으며 남편이 앓던 알츠하이머병 퇴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0년간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하다가 2004년 6월 93세로 별세했다.
낸시 여사는 남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내조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WSJ는 전했다. 우아함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소화해낸 인물이라고도 평가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당해 치료 받을 때 병실을 떠나지 않고 지켰고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던 남편을 헌신적으로 간호했던 모습이 미국인들의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
낸시 여사의 별세 소식에 미 정치권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낸시 여사가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면서 “수백만의 알츠하이머 환자와 그 가족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낸시는 자애로운 퍼스트 레이디이면서 자랑스러운 어머니였으며 남편에게는 헌신적인 부인이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도 “나라와 남편을 향한 그녀의 깊은 열정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애도했으며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낸시 여사의 남편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헌신은 미국에 대한 그녀의 헌신”이라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