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빌 액크먼에게 2월 29일(현지시간)은 캐나다제약업체 밸리언트 파머슈티컬스 인터내셔널에 투자한 이래 최악의 날이었다.
밸리언트는 지난달 29일 주가가 무려 18% 이상 폭락했다. 이는 작년 10월 이래 가장 큰 낙폭이었다. 밸리언트는 원래 이날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하기로 했고 설상가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새로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투매가 쏟아진 탓이었다. 밸리언트는 그동안 급등하는 약품 가격과 회계·유통업무 관행에 대해 당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밸리언트의 주가는 작년 8월 정점에서 약 75% 하락했고, 올들어 29일까지는 35% 빠졌다.
이날 밸리언트의 주가 폭락으로 대주주들은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밸리언트 대주주들이 당국에 신고한 보유 주식 규모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 최대 주주인 투자회사 루안 쿠니프 앤 골드파브는 이날 5억2500만 달러(약 6491억6250만원)를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T. 로우 프라이스 그룹은 약 3억2400억 달러를, 행동주의 투자자로 알려진 자산가 빌 액크먼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3억2100만 달러(약 3959억1650만원)를 각각 잃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액크먼의 손실이 특히 주목받는 건 그동안 그가 밸리언트에 각별한 신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밸리언트가 가공의 고객을 만들어 실제로 매출을 올린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작년 10월 이후 주가가 계속 폭락하자 액크먼은 오히려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시장의 비난이 거세지자 회사를 두둔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거액의 손실도 감수하던 그가 조만간 백기를 들고 밸리언트 투자에서 발을 뺄 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