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15일(현지시간)자 보고서를 통해 “알파벳은 미국 보험회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을 인수해 금융 서비스 시장에 진출, AIG를 이노베이션을 위한 연구소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보도했다.
토드 볼트가 이끄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야말로 AIG와 보험업계에 필요한 것임을 시사하는 훌륭한 이유가 갖춰져 있다”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씨티그룹의 이같은 제안은 AIG의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나온 만큼 주목된다. AIG는 파산 시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분류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G는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 자산 분할 및 자산 매각을 강요당하고 있다. AIG 지분 3.46%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칸은 AIG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험 등 3개로 쪼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규모를 줄이면 규제대상에서 빠지게 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헤지펀드 폴슨앤코의 존 폴슨도 이런 아이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피터 헨콕 AIG 최고경영자(CEO)는 성적이 부진한 헤지펀드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하고 운영하는 헤지펀드 수를 100개에서 50개로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그룹이 알파벳에 AIG 인수를 제안했다는 건 일종의 경종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산업을 구글의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손 보라는 의미에서다. 구글은 지난해 검색엔진 이외의 벤처사업을 키우고자 지배구조를 개혁해 지주회사제로 전환하고 회사명도 ‘알파벳’으로 변경했다. 당시 헨콕 CEO는 AIG와 알파벳의 지배구조를 비교하며 알파벳의 개혁을 칭찬했다.
현재 알파벳은 인공지능(AI)과 자동운전 자동차, 헬스케어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사이트를 만다는 등 새롭게 보험 사업도 시도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그러나 알파벳이 실제로 AIG 인수에 나서면 알파벳 주주들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AIG는 거액의 부채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AIG의 주가는 전날보다 1.7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