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리온 전 직원들은 생산성격려금(PI)과 함께 처음으로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았다.
PS는 허 부회장이 올해 처음 도입했다. 부임 이후 이익금을 꼭 지원들과 나누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PS 규모에 대해 밝힐 수는 없지만, 그룹의 첫 PS인만큼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 업무 능률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PS 도입은 허 부회장이 오리온에 부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허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오리온 지휘봉을 잡은 지 반년 만에 아이팩을 오리온 자회사로 합병하는가 하면,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합병 등의 난제를 해결했다.
더 나아가 그는 제과업계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질소과자 오명 벗기에 돌입했다. 허 부회장은 과대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총 23개 제품의 포장을 개선했다. 한 상자에 7개 들어 있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1개를 추가했고 ‘썬’, ‘눈을감자 등은 내용물을 5% 늘렸다. 성과는 3개월 뒤부터 나타났다. 과대포장을 개선한 23종의 매출은 개선 전보다 15%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후속작은 ‘착한 포장’ 이었다.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해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원가 절감 규모는 연간 10억원에 달한다. 포카칩, 초코파이 등 주력제품을 대상으로 한 용량 늘리기도 이어졌다. 반면, 가격은 기존과 똑같이 책정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새해 들어서도 최근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의 가격을 유지한 채 양을 20% 늘리고 맛을 개선해 재출시하는 등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이 같은 체질개선을 통해 올해 국내 매출 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리온의 국내 실적은 최근 3년간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3년 오리온의 국내 법인 매출액은 2013년 7922억원에서 2014년 7517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역시 마이너스가 불기피한 상황이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이란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의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은 지난 2011년 역전된 이후 현재 총 매출액(연결기준 2014년 그룹 총 매출액 2조4630억원)의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둔다”면서 “올해 회사의 목표는 국내 매출 성장으로, 첫 PS를 역성장 속 지급한 것도 사기 진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부회장의 이런 혁신은 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허 부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신세계그룹에 스카웃된 이후 이마트 사장을 지내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일을 해왔다. 신세계-이마트 간의 인적분할, 월마트 인수, 신세계익스프레스 매각 등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조정 업무를 총괄한 인물로도 지목된다.
넘버2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 2014년 1월 돌연 자진 사퇴했다. 신세계로부터 고문 제안을 받아 그해 3월 이마트 고문에 위임됐지만 이 자리마저 박차고 나와 오리온으로 무대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