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하이는 경영난에 빠진 샤프를 6250억 엔(약 6조48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혼하이는 샤프와 더불어 샤프의 LCD패널 공장인 사카이디스플레이제품(SDP)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5100억 엔에 달하는 샤프 부채도 모두 떠맡을 수 있다는 의향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혼하이의 인수 제안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같은 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주도 아래 샤프를 재건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샤프의 주거래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INCJ가 제시한 재건안을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INCJ가 샤프 본사에 3000억 엔을 출자한 후 SDP가 포함된 디스플레이 사업을 분사시켜 오는 2018년을 목표로 재팬디스플레이(JDI)와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INCJ는 JDI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샤프 구조조정과 함께 디스플레이 업종 통합으로 일본 전자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산이다. 샤프 주거래 은행 두 곳은 실질적인 부채 탕감 등으로 최대 3500억 엔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샤프의 실적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마감한 2014 회계연도에 2220억 엔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다음 회계연도 상반기인 지난해 4~9월에는 252억 엔 영업적자를 냈다.
샤프가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회사가 지닌 디스플레이와 생산에 대한 노하우는 여전히 혼하이에 매력적이다. 또 혼하이의 주력 사업은 위탁생산이지만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도 추진하고 있어 샤프라는 이름값이 요긴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혼하이가 샤프를 인수하면 첨단기술과 제조 노하우가 대만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샤프 주거래 은행들이 혼하이의 인수 제의도 검토했지만 INCJ 방안이 재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인 금액은 혼하이가 높지만 여기에는 SDP가 포함됐다. 또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도 고려 대상이었다.
INCJ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샤프 가전사업을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과 통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인터넷으로 전자제품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 분야가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업체 통합으로 이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