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가 지난해에 이어 중국 경기와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5년은 중국 경제에 어려운 한 해가 되겠지만 경착륙은 없다”며 강한 어조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에서부터 티잔 티엄 크레디트스위스(CS)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경제전문가들이 나서서 중국 경제에 대해 리 총리와 비슷한 생각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증시는 중국발 악재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위안화 약세와 중국 증시 폭락세로 글로벌 증시에서 올해 들어서만 5조 달러가 빠져나갔다. 중국의 저성장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와 공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재무부 차관을 지낸 팀 아담스 국제금융협회(IIF) 대표는 “투자심리가 너무 빨리 약세장으로 휩쓸렸고 하락세에 대한 시나리오가 너무 과장된 것 같다”면서 “중국은 결국 주요 경제와 경쟁하면서 난관을 버텨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19일에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에 쏠려 있다. 전문가 전망치는 6.9%다. 전망대로라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더 큰 우려를 사는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국 부채 문제다. 28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는 중국 경제의 뇌관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 증시 급락세에 따른 약세장 진입은 중국 경제 비관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적이고 중국 정부가 필요시 재정적·통화적 완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여지도 크다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실물경제에서 발생하는 일과 금융시장 사이에는 언제나 격차가 있어 왔다”면서도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중국 경기는 둔화세에 있는 것이 맞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격변하는’ 둔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중국의 실물경제는 증시 급락세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역시 스티글리츠 교수와 비슷한 견해다. 포센은 블룸버그에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상황이 1980년대 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비슷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큰 타격이 있었지만 경제가 제 기능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포센 소장은 중국인들이 막대한 예금을 가지고 있고 외화표시 채권 규모가 작은데다 은행권의 불안 조짐도 없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보고서를 통해 역시 중국 경제 여건이 악화되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세계 경제가 받는 충격은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는 정도 등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티엄 CS CEO는 “중국 경제는 수출이 주도의 자본집약형 성장모델에서 소비 중심 모델로 바뀌면서 성장통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윌럼 뷔터 씨티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2년 안에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가능성이 55%라고 전망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역시 영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한 칵테일’ 요소 중 하나가 중국의 성장둔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은 19~23일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