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보신 적 있으십니까? 1982년 미국 NBC에서 방송된 ‘전격Z작전(원제 Knight Rider)’입니다. 주인공 마이클(데이빗 핫셀호프 분)이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와 함께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SF 액션 드라마입니다.
마이클은 키트를 부를 때 스마트워치를 이용합니다. 원격으로 운전도 하죠. 추월할 땐 점프 버튼을 누르고, 고민이 있을 땐 대화도 나눕니다. 드라이버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자동차입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모습들은 상상 속 이야기에 불과했습니다. 2008년 리메이크됐을 때도 익숙지 않은 장면뿐이었죠.
공상과학으로만 여겨지던 키트가 불과 30여년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스마트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스마트카는 ‘2016년 세계가전박람회(CES)’의 주요 키워드입니다. 미국에서 CES를 취재 중인 기자 말에 의하면 ‘여기가 가전 박람회인지, 자동차 전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하네요. 참여기업만 120개사에 달하고, 자동차 전시 면적(1만8581㎡)도 지난해보다 20%나 넓어졌다고 합니다. 9명의 CES 기조연설자 가운데 2명이 자동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인 것을 보니 스마트카가 대세는 대세인가 봅니다.
“스마트카?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신문에선 ‘도요타-포드, 스마트카 시스템 공동 개발 맞손’ , ‘기아차, 자율주행 기반 브랜드 ‘DRIVE WISE’ 최초 공개’ 란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도 카드키로 문 열고, 버튼으로 시동 거는 게 스마트카인가 싶습니다.
아직 스마트카 시장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Conneted Car) 형태를 띤 자동차들이 스마트카란 이름 아래 산업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죠. 그래서 회사들이 내세우는 기술도, 경쟁의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IT업체와 신성장 동력을 갈구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져 스마트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스마트카를 이해하려면 ‘친환경’, ‘융합’, ‘사물인터넷’ 세 가지 키워드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스마트카의 기본 콘셉트는 친환경 자동차입니다. '전기차'가 대표적이죠. 테슬라를 필두로 제네랄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벤츠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GM은 이번 CES에서 전기차 ‘볼트 EV’를 선보였죠. 포드도 2020년까지 관련 사업에 45억 달러(약 5조39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IT업체들의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열기도 뜨겁습니다.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이죠. 구글과 애플의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구글은 ‘구글맵’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무인차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고요.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퀴 달린 사업은 냉장고 빼고 안 한다’던 삼성전자도 지난해 스마트카 사업을 총괄하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죠.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게 커넥티드카입니다. 일명 '네트워크카'로도 불리죠. 무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주변의 상황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차입니다. ‘자동차=움직이는 통신기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생채인식까지 하는 시대에 커넥티드카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번 CES에서 LG전자는 폭스바겐과 손잡고 내년 커넥티드카를 출시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오늘날 기술은 모든 걸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젠 ‘어떻게(How)’가 아닌 ‘무엇을(What)’의 대결입니다. 상상력 말입니다. 아바타, 트랜스포머는 그저 영화 속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SF영화도 허투루 보면 안 되겠습니다. 스마트카 대격돌이 펼쳐지는 2020년이 벌써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