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은행들이 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열풍의 일등공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은행업계가 올해 해외 기업들의 M&A 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M&A 붐에 한 획을 그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대출 자금 가운데 일본 은행업계에서 흘려나온 자금은 4730억 달러(약 552조7005억원)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46%보다 확대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11월 3일까지 글로벌 M&A 규모는 4조600억 달러로 집계됐다.
WSJ는 일본의 경기 둔화로 자국 내 성장 요소가 많지 않자 은행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 은행업계는 자국 기업의 M&A 자금 마련에만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올해는 자국 기업과 관계없는 해외 기업의 M&A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성사된 해외 기업의 대형 M&A에 대한 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특히 글로벌 ‘맥주 공룡’을 탄생시킨 AB인베브와 사브밀러 통합에는 일본 3대 은행이 총출동해 자금을 수혈해줬다. 지난 10월 세계 맥주업체 1위인 AB인베브는 2위인 사브밀러를 10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전에는 총 750억 달러의 은행 대출 자금이 사용됐는데 이 가운데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각각 40억 달러씩 제공했다.
지난 9월30일 기준 미쓰비시UFJ 해외 대출 규모는 42조4000억 엔(약 3520억 달러)으로 집계됐고, 미즈호와 미쓰이스미토모는 각각 22조6000억 엔, 20조5000억 엔에 달했다. 다만 M&A용 대출 자금 규모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이와증권의 다카이 아키라 애널리스트는 “현재 일본 은행들이 해외 M&A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자금 대부분은 투자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출보다 해외 M&A 대출의 수익성이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