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기록적인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유가를 띄우기 위한 감산에 나설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날 재무부가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2016년 재정적자는 3262억 리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보다 400억 리얄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목표치’ 일뿐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재정적자는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사우디의 재정적자 규모는 건국 83년 만에 사상 최대인 3670억 리얄(약 11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우디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한다. 1년간 지속된 유가 하락세가 사우디 재정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원유 수출이 재정 수입의 75%를 차지한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은 물론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자국 내 휘발유 가격을 최고 67%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사우디 에너지 가격은 1971년 이후 지난 44년간 오른 것은 단 9차례에 불과하다. 여기에 민생에 직접 연결된 모든 부분의 세금 인상도 시사했다. 사우디 내각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국왕의 주재 하에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경유와 등유 가격도 인상하고 보조금이 지원됐던 전기·수도 요금까지 올리기로 했다. 또한 각종 수수료와 벌금액 인상안은 물론 담배나 청량음료 등의 세금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우디의 세재 개혁안은 과감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각종 세제 지원 등으로 민심을 얻었던 터라 각종 민생 부분 지원금 삭감과 세금 인상은 사우디 왕정의 권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간 재정적자에 대한 안팎의 우려에도 “외화 보유액이 충분하다”며 재정 건전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말부터 재정 적자에 대비해 보조금 삭감·세금 개편 등을 권고했지만 임시방편으로 8년 만에 국채 발행에 손을 댄 것도 자국내 민심을 의식해서였다.
그러나 저유가 장기화로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사우디 정부의 정책 방향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지난 10월 연료 가격 인상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후 두 달 만에 전격 인상 발표로 이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보조금 축소를 시작으로 사우디가 저유가 시대를 대비해 감산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제 개혁안이 재정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원유 수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재정난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IMF는 사우디가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6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35~37달러 선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감산 결정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반등할 요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이란이 핵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해제돼 원유 수출 시장에 복귀하면 유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재정적자를 매우고자 사우디는 최근 1년 새 915억 달러를 인출했다. 그 결과 외환보유고는 지난 8월말 7460억 달러에서 9월 기준 6450달러로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준비 자산 잔액은 11월 현재 2조 3832억 리얄로 전년 동월보다 14% 떨어졌다. IMF는 10월 낸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저유가 상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이 5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