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인수ㆍ합병(M&A)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취약한 경제환경과 저금리 기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서구권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경기둔화 속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발표된 글로벌 M&A 금액은 4조6000억 달러(약 5400억원)로, 2007년의 4조3000억 달러를 뛰어넘어 새 기록을 세웠다.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M&A가 성황이었던 것도 올해의 특징 중 하나다. 미국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와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 세계 양대 맥주업체 AB인베브와 사브밀러,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과 영국 천연가스업체 BG그룹의 합병 등 빅딜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M&A 호황을 이끌었던 요인들이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남아있으나 우려할 만한 점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테러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됐고 최근 미국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시장 혼란으로 금융위기 재발 리스크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자신감을 약화시켜 M&A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환경이 오히려 M&A를 촉진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됐다. 크리스 벤트레스카 JP모건체이스 M&A 공동 글로벌 대표는 “내년에 기업들의 방어적인 M&A가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원자재 관련 분야에서 더 많은 딜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기업도 글로벌 M&A 호황을 주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22일(현지시간) 분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올해 글로벌 M&A 규모는 5160억 달러로 전년보다 83% 급증했다. M&A를 포함한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9%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전체 M&A에서 한국 비중은 작지만 중국이 성장 원동력을 굴뚝산업에서 기술·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투자가 강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소재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리샤오양 교수는 “중국의 부상하는 중산층이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술 분야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중국 기업들의 한국 M&A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 중산층은 브랜드와 품질을 신경 쓰며 한국 기업은 중국이 부족한 품질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도 고령화로 자국 수요 침체가 예상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FT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 M&A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조 엔을 돌파했다. 일본 최대 구인정보업체 리크루트홀딩스는 이날 경쟁사인 독일의 USG피플을 14억2000만 유로에 인수한다고 밝혀 M&A 열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