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속시장이 중국발 훈풍에 한숨 돌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그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가운데 중국이 감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1일(현지시간)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 부동산 시장 등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 공급 측면의 개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 정책 초점을 재정 투입으로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공급과잉 문제 해결에 두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중국 당국의 이러한 개혁방침 발표 영향으로 글로벌 금속시장은 모처럼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3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파운드 당 전일대비 1.3% 상승한 2.1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6일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이날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주석을 제외하고 구리, 알루미늄, 납, 니켈 등 금속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금속업체들이 생산량을 당초 전망보다 더 줄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아시아 최대 금속제련업체인 장시동업과 통링 비철금속 그룹은 생산량을 35만t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더 악화하게 되면 당초 밝힌 규모보다 더 많이 감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 당국의 공급 개혁 방침이 나오면서 감산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산 조짐은 중국을 넘어 각국의 금속 생산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의 광업회사인 글렌코어는 지난 9월 아프리카 광산의 감산을 결정했다. 12월에는 미국의 프리포트가 자국 내 광산의 조업을 중단했다. 국제 구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의 구리 광산 가동률은 83.3%로 전년 대비 1.6% 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감산 조짐이 구리 공급 가격에도 속속 반영되고 있다. 중국 장시구리는 칠레 광업회사 안토파가스타와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시세에서 t당 약 590달러 할인된 가격으로 구리 광석을 공급하는 협상에 합의했다. 이는 전년보다 10%가량 할인폭이 축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양사 협상 결과를 계기로 할인 폭 축소 움직임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면 구리 광석 가격은 6년 만에 실질적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연 광석의 현물 가격도 LME 아연괴 시세를 기준으로 할인 폭이 축소되는 형태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월 t당 200달러였던 할인폭은 최근 150달러 전후로 줄었다.
그러나 공급문제가 해결돼도 수급 불균형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 지속으로 금속 수요가 되살아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중국 수요는 이제 더는 (시장에서) 부각될 수 없다”면서 “중국이 소비경제 중심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하면서 상품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경제 축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