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도 뉴욕, 도쿄, 상하이, 홍콩 등 주요 주식시장이 모두 상승장을 연출했다.
월가에서는 9년 6개월 만의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을 산타클로스가 덜어주면서 산타랠리가 시작된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월가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우려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CNBC는 16일(현지시간) 금리인상 발표가 나자마자 이번 금리인상이 인도,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및 우리나라 등 6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CNBC는 그간 제로 금리에 달러화가 신흥시장에 몰리면서 현지 통화가치와 증시를 끌어올렸으나 이제는 반전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를 인용,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로 외자가 빠져 나가면서 올해는 외자순유출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시장에서 외자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것은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그 규모가 54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원자재 폭락의 직격탄을 맞아 올 여름 통화가치가 폭락했다가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필리핀과 인도는 내수비중이 높은데다 저유가로 오히려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물가까지 안정돼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중국도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외환보유고가 줄긴 했으나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로 이번 파고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6개국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가장 크지만 고도의 개방경제로 외부쇼크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대체가 이루어고 있는 것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국제유가하락으로 중장비의 해외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ANZ 및 HSBC은행 자료를 인용, 6개국의 외환보유현황도 분석했다. 외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총외채 대비 외환보유비율은 중국이 403.3%로 가장 높고 필리핀 107.4%, 우리나라 90.1%, 인도 74%, 말레이시아 48.7%, 그리고 인도네시아 33.1% 순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고로 수입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월 수에서는 중국이 24.5개월로 가장 길고, 필리핀 14.5개월, 인도 10.4개월, 한국 9.9개월, 인도네시아 8.3개월, 그리고 말레이시아 6.3개월 순인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비해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중은 우리나라가 8.6%로 가장 높고, 필리핀 3.7%, 중국 3.4%, 그리고 말레이시아 2.5%로 나타났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1.0% 및 -2.3%에 그쳤다.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차드 모간란더 자산관리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신흥시장이 약화되면서 미국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시장에 대한 연준의 배려가 사라지고 있어 투자에 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특히 금리인상에도 반짝 상승장을 보이긴 했으나 이번 금리인상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대해 월가의 경계가 한층더 강화되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