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누구일까.
수년 간 베일에 가려졌던 비트코인 창시자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풀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잡지 와이어드는 이메일과 삭제된 블로그 게시물, 문서 등을 바탕으로 호주 시드니 근교에 거주하는 암호학자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44)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2009년에 비트코인을 고안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보기술(IT) 블로그인 기즈모도 역시 라이트와 그의 친구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데이브 클라이만이 비트코인의 발명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은 호주 경찰 당국이 9일 국세 당국과 협조해 라이트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불거졌다. 다만 경찰은 그를 비트코인과 관련지은 보도와 이번 수색은 무관하다며 세금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어드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가상통화에 열의를 갖게 된 라이트의 프로필을 찾아냈다며, 그는 비트코인 조사 연구에 종사해온 호주 기업 디모건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소개했다. 라이트는 몇 주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이벤트에 동영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참여했다.
BBC는 비트코인 발명자라면 100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시세라면 4억 달러에 상당하는 규모다.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라이트는 자신이 2009년부터 비트코인을 운영해온 사실을 숨겨왔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어차피 세상의 절반에는 알려지겠지’라는 발언에 꼬리가 밟혔다.
비트코인 발명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에 대해선 전세계 기자와 비트코인 애호가들이 끈질기게 진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뉴스위크가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사는 64세의 일본계 남성이 사토시라고 보도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당시 남성은 자신이 비트코인과 전혀 무관한 사람인데 보도로 생활이 엉망이 됐다며 호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나카모토’의 정체를 파헤쳐온 비트코인 관계자들 대부분은 라이트가 실제 비트코인을 창시한 나카모토인 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골드만삭스그룹을 퇴사하고 비트코인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를 창업한 가노 유조 대표이사는 “혹시 라이트가 최초의 비트코인을 만들었을 지는 모르겠으나 진짜 사토시가 여러 명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진짜 사토시가 나와 자신이 진짜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 경찰이 들이닥친 시드니의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에서 13km 정도 떨어진 한적한 가로수길의 주택가에 있는 라이트의 집은 검소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는 엿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