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재건을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야후가 자신이 보유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지분을 분사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핵심사업인 인터넷 사업과 야후재팬 지분을 포함한 자산과 부채를 분사하는 ‘역스핀오프(reverse spin off)’를 고려하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야후 이사회는 이날 이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역스핀오프’로 본업을 분리하게 되면 본사에는 시가총액 310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알리바바 지분 15%만 남아 야후는 사실상 투자회사로 변신하는 셈이 된다.
지난 11개월간 추진해왔던 알리바바 지분 분사가 무산되는 등 회사 회생 전략이 180도 바뀐 것이다. 메이어 CEO는 지난 수개월간 핵심사업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맞서 알리바바 지분 분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하게 됐다.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리 스미스가 이끄는 스타보드밸류는 지난달 알리바바 분사는 세금폭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며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WSJ는 앞으로 1년 넘는 시간이 걸릴 ‘역스핀오프’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지분을 확보해 의결권 전쟁을 벌이거나 야후의 인터넷 사업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이너드 웹 야후 회장은 “우리 사업이 저평가됐다”며 “이사회는 회사 전체나 일부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먼저 사업을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사회는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할 의무는 있다”고 말했다.
야후가 분사 이후 매각까지 추진하게 되면 회사의 핵심 자산들은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인터넷 사업은 미국의 미디어, 통신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야후 이사회가 매각 결정만 하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이어 CEO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성취에 매우 자랑스럽다”며 “여기서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퇴진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알리바바 지분 분사가 무산되고 야후 임원들이 잇따라 떠나는 등 메이어의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어 사퇴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페이팔 공동 설립자인 맥스 레브친이 이날 야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새 회사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레브친이 물러나면서 메이어의 입지는 더욱 좁하질 전망이다. 그는 구글에서 메이어와 잠시 함께 일했으며 지난 2012년 메이어가 야후 CEO로 취임한 이후 뽑은 첫 이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