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최근 총기난사 사건 등 고조되는 테러 위협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2일 무슬림 부부가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시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하는 등의 사건으로 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공포가 극대화된 상태다. 시민은 정부의 반테러 노력도 불신하고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로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캘리포니아 총기난사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다만 총기난사범인 사예드 파룩과 타시핀 말리크 부부가 테러 조직과 직접 연계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미국과 서방에 대한 전쟁을 촉구하는 이슬람의 잘못되고 왜곡된 해석을 좇는 급진화의 어두운 길로 빠져들었다”며 “지난 수년간 테러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나라든 관계없이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미국에 해를 끼치는 이슬람국가(IS)와 다른 조직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제2의 이라크 전장이나 시리아 전장에 끌려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에 선을 그었다. 또 강력한 총기 규제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면서 IT 기업에는 테러리스트 차단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미국과 이슬람 사이의 전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인 무슬림은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미국에서 반이슬람 분위기가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CNN이 이날 연설에 앞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테러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조사보다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또 응답자의 3분의 2는 대통령의 이슬람국가(IS) 대처 방식에 불만을 느낀다고 답했다. 53%는 미국이 IS와의 전쟁에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봤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미국 사회에서의 무슬림 위치 등이 가장 주요한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