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32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로 유럽 전역이 추가 테러 공포에 휩싸이면서 유로존 19개국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맥을 못추고 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16일(현지시간) 유로는 주요 통화에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1.0682달러로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유로 환율 역시 1.4231유로로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유로·엔 환율도 131엔대로 약세를 보였다.
파리 연쇄 테러로 유럽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 추가 테러 공포가 맞물리면서 유로화에 ‘팔자’심리가 쇄도하고 있다.
그동안 유로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관측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정책이 맞물리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QE) 정책 확대 시사 이후 5% 이상 빠졌다.
지난달 22일 드라기 총재는 10월 ECB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언급하며 “현 상황에서 통화 정책의 강도는 새로운 전망을 볼 수 있는 12월 회의에서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물가와 성장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나오는 12월 회의에서 양적완화 확대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스웨덴 노르디아은행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테러 공포에 출렁거렸다. 달러화는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져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력 헤지펀드들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위험 회피 전략으로 유로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는 것도 유로를 끌어내리고 있다. 상품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10월28일~11월3일 한 주간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의 유로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13만4334 계약을 기록했다. 금액은 184억 달러(약 21조5188억원)로 전주 대비 26% 증가했다. 전주(10월21일~27일)에는 4만3369 계약 늘어난 10만5934 계약을 기록했다. 주간 증가폭은 1991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만큼 헤지펀드들의 유로화 약세 베팅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3만8625 계약, 금액은 27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30% 폭증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헤지펀드들이 유로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인 것으로 풀이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에 대한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사상 최고 수준의 증가폭을 보인 것은 ECB의 양적완화 확대 언급 탓”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 드러켄밀러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금이 유로화를 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유로화 약세에 베팅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