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5일 세계 5위 제약사인 프랑스의 사노피와 5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업계 역사를 새로 썼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전체 매출액인 15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미약품은 이날 사노피와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퀀텀 프로젝트는 △최장 월 1회 투여 가능한 GLP-1 계열 당뇨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지속형 인슐린을 결합한 세계 최초 주 1회 제형의 복합 인슐린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약품은 이 계약에 따라 사노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4억 유로(한화 약 4958억원)와 임상개발·허가·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35억 유로(약 4조3386억원)를 받게 된다. 또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리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경상기술료)도 별도로 받는다. 사노피는 퀀텀 프로젝트의 전 세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획득했다. 한국 및 중국에서의 공동 상업화 권리는 한미약품이 보유한다.
한미약품은 이번 계약 건 외에도 올해 들어서만 미국의 일라이 릴리와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과도 각각 6억9000만 달러(약 7800억원), 7억3000만 달러(약 83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약 개발의 성과를 이미 입증한 바 있다. 한미약품이 이번 계약에 앞서 체결한 2건의 기술수출 계약 모두 당시 기준으로는 국내 제약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1989년 국내 제약 사상 최초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있다. 당시 이 회사는 로슈와 600만 달러 규모의 세프트리악손(항생제) 제조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을 맺었다. 이어 약 10년 뒤인 1997년에는 노바티스와 당시 제약 사상 최대 규모인 6300만 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에멀젼(약물전달기술)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09년에는 MSD와 고혈압 복합신약인 아모잘탄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다국적사가 도입해 판매한 최초 사례였다. 또 2013년에는 사노피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신약인 로벨리토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당시 최초로 다국적 제약사와 제품 공동개발 및 판매에 들어간 사례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약품 기술수출 건은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관점을 저수익 구조의 ‘제네릭(복제약)’ 중심에서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고수익 구조의 ‘신약’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사노피와 체결한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수출은 계약 상대 자체가 세계 당뇨 치료제 부문 2위 제약사인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