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5일 세계 5위 제약사인 프랑스의 사노피와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 공정거래법 상의 승인절차가 완료돼 사노피로부터 4억 유로(약 4958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한미약품이 연내 수령하게 될 경우,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넘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집계한 국내 상위 제약사의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보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 유한양행의 올해 전체 매출은 1조1000억원(별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녹십자는 올해 1조400억원 가량의 매출(연결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매출 1조원 문턱을 이번에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연결 기준)은 약 7276억원으로, 4분기 추정 매출액인 2333억원을 더하더라도 9609억원에 그쳐 아쉽게도 매출 1조원에는 못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인해 연내 50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아 4분기 매출 실적에 반영이 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사간 기술이전·도입이 이뤄질 경우, 계약금 및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미국 공정거래법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후기 임상 단계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미국 공정거래법상 기술수출 승인이 나게 되면 계약금이 1~2개월 후에 입금되는 것을 고려할 때, 한미약품이 연내 승인을 받아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이 4분기 매출로 잡히게 되면 올해 전체 매출은 1조22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사노피와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통해 받게 되는 계약금이 연내 승인을 받더라도 올해 4분기 매출에 반영할지, 내년 1분기 매출에 반영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올해에만 6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3건의 초대형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만큼,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