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지난 3분기에 기록적인 적자를 냈다. 행동주의 주주 칼 아이칸으로부터 회사 분할을 요구당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진은 한층 궁지에 내몰리게 됐다.
2일(현지시간) AIG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에 2억3100만 달러(주당 18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1억9000만 달러(주당 1.52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 일부 투자 결과와 구조조정 비용 등의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6억9100만 달러(주당 52센트)였다. 이는 앞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자 지난해의 17억2000만 달러(주당 1.19달러)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피터 핸콕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의 변동성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G를 바꾸는 노력은 진전될 조짐이 있다”고 설명했다. AIG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4억 달러에서 5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예정이다. 회사는 이 일환으로 고위직 400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는 고위직 전체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업계는 이번 실적 부진으로 인해 AIG에 대한 행동주주의 주주들의 회사 분할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대주주인 칼 아이칸과 헤지펀드의 대가 존 폴슨은 AIG에 분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AIG 지분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힌 아이칸은 핸콕 AIG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더는 미룰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라며 비용을 절감해 다른 회사와 경쟁하려면 회사를 생명보험회사, 주택담보대출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등 3개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너무 비대한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too large to succeed)”는 논리도 펼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미국 정부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결정하면서 언급한‘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AIG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많아졌음을 지적한 것이다. AIG는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상 중요금융기관(SIFI)으로 분류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강한 감시를 받고 있다. 아이칸은 금융감독의 엄격한 감독과 규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폴슨 역시 “AIG가 회사를 3개로 분리하게 되면 비용 지출 규모를 업계 평균으로 축소하게 된다”며 “자사주를 매입하면 AIG의 주가는 지금보다 66% 높은 주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 정규 거래에서 AIG의 주가는 전날보다 1.08% 뛰었으나 시간외 전자 거래에서는 2.9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