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실시되는 일본우정그룹 3사의 기업공개(IPO)가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장롱에서 잠들어 있는 예금을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1987년 NTT 이후 최대 규모의 공기업 민영화인 일본우정그룹의 IPO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우정그룹의 IPO 규모는 산하 저축은행인 유초은행과 보험사인 간포생명보험까지 포함해 1조7900억 엔(약 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가운데 80%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할당할 방침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을 자극해 저축에 주로 묶여 있는 개인 자산을 주식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것.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일본 개인 금융자산 규모는 1700조 엔(약 1경6107조원)으로 유로존 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절반이 예금에 묶여 있다. 개인 금융자산의 34%, 18%가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미국 유로존과 달리 일본은 11%로 선진국 중에선 비중이 낮은 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일본우정그룹의 IPO가 개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는 것은 물론 207조 엔의 예금을 유치하고 있는 유초은행의 자금 운용 면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우정그룹은 일본 정부가 발행주식을 전부 보유한 국영업체로 산하 유초은행과 간포생명보험은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IPO로 민영화하면 유초은행은 일본 국채에 편중된 기존의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주식 등 위험성 자산에 대한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게 된다. 이는 주식 시장을 육성하고 주주의 감시와 기업 지배구조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향상시켜 국제 경쟁력을 부활시키겠다는 아베 신조 내각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댄 챔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에서는 버블 붕괴 이후 1세대 분의 주식 투자자가 빠져나갔다”며 “이번 대형 IPO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위험에 대해 깨닫는 건 좋은 일이다. 일본에서 장기 투자자를 키우려 하는 건 총리의 정책 추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교토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의 후지이 히데키 교수는 일본우정그룹 3사의 상장에 대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한 개혁”이라며 “글로벌한 관점에서 일본의 구조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벤처 정신을 회복시켜야 하는 게 과제”라고 평가했다.
역대 일본 자민당 정권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된 ‘작은 정부화’를 계기로 경제 활성화와 재정 회복을 위해 비효율적인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시절에 철도와 전신전화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한 데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에는 우정 민영화의 길을 열고, 아베 총리 대에 이르러 비로소 일본우정그룹 3사의 IPO로 그 대업을 완수하게 된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우정 민영화를 ‘행정 개혁의 근간’으로 내걸고 우정 민영화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2005년 8월 우정 민영화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그 돌파구로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라는 승부를 띄웠다. 선거에서 국민들은 민영화에 대해선 지지했지만 대량 실업 문제와 지방에서의 서비스 저하를 이유로 찬반이 엇갈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민영화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셌던 일본우정그룹은 투자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오는 4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한다. 일본우정, 유초은행, 간포생명 등 3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절대적으로, 공모가는 예상 범위인 1100~1400엔의 최상단인 1400엔으로 정해졌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의 네모토 나오코는 일본우정의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자취를 감춘 데 대해 “고이즈미 정권 당시보다 인구 감소와 잠재 성장률의 약점이 더 심화하고, 예대 격차가 더욱 확대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아커스 인베스트먼트의 피터 테스커 공동 창업자는 “나카소네 전 총리 밑에서 자란 아베 총리는 개인주주 문화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