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가 영화 산업에 대이변을 일으켰다.
넷플릭스가 지난 주말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 2015)’을 자사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미국 30개 도시 31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아프리카 소년병을 그린 전쟁 영화로 영국 여배우 이드리스 엘바 등이 출연했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당초 제작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독립자금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이 제작된 후 1200만 달러에 판권을 사들였다. 이는 제작비의 2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작품의 공동 출자자인 파티시펀트 미디어의 조나단 킹 부사장은 “다른 배급사도 관심을 보였지만 전세계적으로 690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사람의 눈에 닿을 공산이 크고 재정적인 제안도 설득력이 있었다”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긴 이유를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행보는 영화 제작 및 배급, 상영, 온라인 서비스 및 DVD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배급해온 기존 영화계의 관행을 깬 것으로 영화업계 입장에선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690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넷플릭스의 존재감을 새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영화제작사들은 ‘쥬라기 월드’나 ‘어벤져스’ 등 세계적인 대작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작품에 대한 지출은 억제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넷플릭스와 라이벌인 아마존닷컴이 영화 사업에 참여해 고급 드라마나 중규모 예산을 들인 인기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킹 부사장은 “업계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영화 사업에 뛰어들어 비스트 같은 야심찬 영화를 지원할 경우 그것은 진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파티시펀트 미디어는 다음 작품으로 미국 배우 애덤 샌들러 주연의 코미디 영화 4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정치 영화, 크리스토퍼 게스트 감독의 풍자 영화, 무술 영화 ‘와호장룡’ 속편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아카데미상 대상을 겨냥해 비스트의 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화관에서 개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영화 부문 관계자는 “흥행 성적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상당한 압력이 제거된다”며 영화 제작에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