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유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해 최근 4년간 약 7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인도네시아(VRICI) 중심의 신규 투자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투자금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롯데건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등 한국 계열사에서 끌어들인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 회장 취임 이후 급격히 회사채 발행에 집중하면서, 이 중 상당 부분을 중국, 베트남 사업 부실을 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10월 기준으로 올해에만 약 7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올해 만기되는 회사채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7조4513억원, 영업이익 2022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상승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무려 35.3% 하락하는 등 재무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쇼핑을 필두로 한 롯데리아, 롯데제과 등 3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거미줄식 순환출자 구조상 롯데쇼핑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롯데가(家) 형제간의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면서 롯데쇼핑의 중국, 베트남 사업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부실은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같은 내막을 파악하고,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과 복사 권한’을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중국 비즈니스를 파헤쳐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27.8%)인 종업원지주회를 아군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이 올해 들어 실적 악화와 차입금 부담 등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롯데 오너가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재조정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