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차전 경영권 분쟁 승리 이후 신동빈 회장의 권좌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광윤사라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의 반격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1차전과 달리 신 전 부회장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지난 14일 일본으로 건너가 광윤사 주주총회을 열었다. 이날 원래 보유 중인 지분 50%에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1주를 받아 총 50%+1주로 광윤사를 장악했다. 절반의 주주에서 과반의 주주로 올라선 직후 가장 먼저 동생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에서 해임했다. 이틀 후 광윤사 주총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언론에 신 총괄회장을 노출시켰다.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집무실까지 공개하며 ‘아버지가 장남인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신 전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27.8%)인 종업원지주회로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린다. 신 전 부회장이 어떤 당근책으로 그들을 회유할지 롯데그룹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본인 회사로 만든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 사실상 이번 싸움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신 회장이 지난 1차전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던 롯데의 원리더(One leader) 타이틀을 얻게 된 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영향이 크다. 신 회장도 롯데홀딩스 지분이 1.4%에 불과하다. 종업원지주회의 지지 없이는 그룹을 장악할 수 없다.
결국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은 일본에 있는 소규모 조직인 롯데홀딩스 직원들의 손아귀에서 결정된다는 얘기다.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을 쥐고 흔들 정도로 막강한 권한과 위상이 1차전에 이어 이번 2차전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일본이 결국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감출 수 없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양적으로 한국 롯데의 매출 규모는 일본의 11배에 달한다. 질적인 비교에서도 일본 롯데는 식품과 외식사업 위주의 소규모다. 반면 한국 롯데는 호텔·유통·화학·건설 등 종합기업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해석하기 따라서는 일본 롯데가 잇속을 챙기고, 한국 롯데는 뒤치다꺼리에 급급한 모양새다.
다시 시작된 롯데가(家) 골육상쟁이다. 2차전이 1차전보다 더 지저분한 싸움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정체성 문제를 경영권보다 먼저 거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