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세계적인 원자재 업체 글렌코어가 중국발 원자재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이틀새 글렌코어의 주가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에서 글렌코어의 주가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하룻밤 사이 35억 파운드(약 6조3640억원), 시가총액 3분의 1이 증발했다. 상품가격이 현 추세를 유지하면 글렌코어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투자회사 인베스텍의 경고가 직격탄이 됐다.
그러나 글렌코어의 주가는 하루 만에 역전됐다. 29일에는 17% 폭등해 80.25펜스로 마감했다.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회사 측의 성명을 바탕으로 전날 폭락세를 일부 만회한 것. 이날 글렌코어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사업은 경영적 측면에서나 재정적인 측면에서나 매우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글렌코어는 신용 면에서도 여전히 강하며 지불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재함을 강조한 글렌코어의 해명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CMA데이터에 따르면 글렌코어의 신용 부도 스와프(CDS) 스프레드는 5년 이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53%로 나타났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리갈앤제너럴그룹(L&G) 등 글렌코어 투자자들은 회사가 더 정확히 투자자들에게 재정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는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경영자의 정보 공개 부족과 함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면서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는 2008년 9월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 파산 보호를 신청할 당시 회사의 자산 규모는 6390억 달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모기지 담보부 증권 같은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렸던 리먼은 지나친 차입금과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몰락했다. 이 여파로 전 세계에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글렌코어의 파산임박설이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시장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클렌코어는 중국 경기둔화로 원자재 시장이 침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제조업 광산업 전력 등 공업기업 순이익이 전년 동기 비 8.8% 감소했다. 이는 2011년 10월 이후 최대폭의 감소여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를 더욱 고조시켰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역시 글렌코어가 글로벌 광산업계의 ‘리먼브라더스’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글렌코어의 주가는 올 들어 77% 폭락했다. 이는 영국 FTSE100 편입 종목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반 글라센버그 글렌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채무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25억 달러 규모의 증자도 완료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로빈 바 애널리스트는 “전날 글렌코어의 주식 매도세는 정상적이지는 않았다”며 “투자자들이 상품 가격이 제로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폭락세는 지나친 것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