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급성장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는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도 일본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넷플릭스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시청자 수는 오는 2017년에 2012년의 2배에 달하는 7억32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TV를 대신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생긴 덕분이다. 또 인터넷 동영상은 무료라는 인식도 바뀌고 있으며 방송국들도 다른 업종과 제휴해 사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이 성장할 여건은 탄탄한 셈이다.
넷플릭스는 올 들어 주가가 무려 120% 가까이 폭등하는 등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 전체 사용자가 6500만명을 돌파했으며 그 가운데 해외 사용자가 2330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237만명 증가했다. 해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0년으로, 5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나타낸 것이다. 처음 진출한 캐나다에서 현재 영어 사용 인구의 약 29%인 580만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중남미에 진출했다. 2012년은 영국과 아일랜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으로 확장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이전에 주력 사업이었던 DVD 대여 부문에서도 월마트 등 많은 대기업의 도전을 받았으나 성공적으로 물리쳤다. 최근 스트리밍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것은 바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유료 회원인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동영상 스트리밍에 대해서만 월정액을 받는 형태라면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몰 이용시 무료 배송 혜택도 누리면서 각종 동영상도 즐기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자사의 플랫폼을 확장해 소비자가 원스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를 통해 프라임 회원이 아니더라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말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에서 9월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아마존이 며칠 후 바로 일본 진출을 선언하는 등 양사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아마존은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해외 진출국이 일본까지 5개국에 불과하지만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등 양사가 여러모로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어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시장의 ‘리트머스 시험지’ 격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오는 2016년 말까지 아시아와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150여개국으로 진출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컨설팅업체 미디어파트너스의 비벡 쿠토 집행이사는 “일본은 서구보다 진입하기가 훨씬 어렵다”며 “이 시장에서의 경험은 중국과 인도 등 더욱 큰 아시아시장 공략에 교훈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시청자들은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문화에 익숙지 않으며 외국보다 자국 드라마와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보다 일본에서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따뜻하게 브랜드를 신뢰하는 과정은 느리다”고 말했다.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일본에서의 시험에 성공하면 다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콘텐츠 확보 경쟁도 눈여겨 볼 만하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자체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정치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방영되는 동안 가입자가 300만명 증가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넷플릭스는 TV 드라마를 넘어 영화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내년에 개봉되는 ‘와호장룡2’도 넷플릭스의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말 파라마운트와 MGM, 라이언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가 합작한 영상 콘텐츠 배급회사 에픽스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그만큼 자체 제작 콘텐츠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런 전략이 다른 업체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0년 한 해 12편의 영화 제작을 목표로 아마존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또 세계적인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영입해 TV시리즈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구글을 제치고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게임 생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를 9억7000만 달러(약 1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트위치는 월 방문객 수가 약 1억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