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원유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더불어 이란이 핵협상 타결로 원유 수출을 늘리려 하고 있어 미국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미 오랫동안 수출 자유화에 찬성해 왔다. 그동안 완강히 규제 완화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민주당 일각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에 자국 에너지 확보 차원으로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현재 이런 제한 완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 자국 정유업체 위한 원재료 확보, 시추활동 확대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 우려 등 다양하다.
그러나 미국 석유업체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새 시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에 수출 제한 해제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셰일혁명이 이뤄진 가운데 원유 수출을 정책 초점에 놓기를 바란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공화당 측은 이란이 핵협상 타결로 제재가 해제돼 더 많은 원유 수출을 가능하게 하면서 자국 업체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인 해리 리드가 지난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원유 수출에 대해 일종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혀 민주당도 원유 수출 제한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미국석유협회(API)의 잭 게라드 총재는 “리드 상원의원이 금지 조치가 곧 없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들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밥 메넨데즈 의원도 지난주 연설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 결과에 반대를 표시하며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나오는 마당에 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의 동맹국에 전략적인 수출을 허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전문가들은 유가가 공급과잉 문제로 하락하는 마당에 메넨데즈 의원의 지적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석유 수출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면 현재 하루 140만 배럴인 원유 수출이 1년 안에 50만~80만 배럴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