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알리바바를 꿈꾸는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 최근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는 쿠팡 서비스 5년 만에 연간 거래액 2조원 돌파, 2665만명의 회원 확보라는 ‘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이다. 지난 6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라는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뒤 김 대표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지고 있다.
1978년생으로 30대 벤처사업가인 김 대표는 현대그룹(그룹 분리 이전) 계열사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부터 해외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시야와 감각을 쌓았다. 일곱 살 때에는 온가족이 미국에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의 김 대표가 낯선 이국땅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는 차츰 적응 속도를 높였지만, 동양인이라는 인종차별의 벽은 김 대표에게 적지 않은 상처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굴하지 않고 공부에 힘을 쏟았다.
이후 김 대표는 명문사학으로 이름난 ‘디어필드 아카데미’에서 고교시절을 보냈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하버드 재학시절에는 대학생 독자를 상대로 ‘커런트(Current)’를 창간한 뒤 뉴스위크(Newsweek)에 매각했다. 이때 김 대표는 미디어와 광고, 소비자 심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지금의 쿠팡이라는 사업모델을 착안한 시점인 듯하다.
이어 김 대표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거쳐 2002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본사에 입사했다. 2009년 다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에 입학해 경영학을 공부했다. 당시 김 대표는 쇼셜커머스 분야에 관심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김 대표를 집중 조명하며 쿠팡이 그루폰을 초기 모델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 재직 시절 그루폰에 매료됐고,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할 경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루폰은 그룹과 쿠폰의 합성어로,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프로그래머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이 창업한 세계 최초이자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창업에 길로 들어선 결정적인 배경에는 학창시절에 경험한 창업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김 대표는 “부모님은 변호사가 되길 원하셨지만 학창 시절 경험한 창업이 인생을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잘 알려진 빌 아크만 등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200만 달러를 투자받아 미국 법인인 포워드벤처스 LLC(Foward Ventures LLC)를 설립했다. 포워드벤처스 LLC는 2010년 한국에 영업망을 구축하면서 쿠팡 서비스를 시작, 창업 22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2013년 2월 12일에는 한국에 포워드벤처스 법인을 설립한 뒤 같은 해 10월 1일 지배회사인 포워드벤처스 LLC로부터 한국지점의 주요자산과 부채를 현물출자 받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쿠팡의 한국사업에도 힘이 실리게 된 시점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8% 급증한 348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구조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발생한 영업손실 규모가 12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쿠팡은 미국 투자전문회사인 세퀘이아캐피털, 블랙록 등으로부터 4억달러(약 44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사업 역량을 확장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손 회장은 2000년 알리바바 창업 초기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알리바바가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수십조원의 ‘대박’을 터뜨린 투자의 귀재다.
현재 쿠팡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초기 사업모델인 쇼셜커머스에서 벗어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떠오른 제2 알리바바의 신화를 만들기 위한 김 대표의 도전이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도 쿠팡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김 대표의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 8개 물류센터 운용과 2000여명 쿠팡맨 직접배송, 1톤 트럭 2000여대 구입, 인천물류센터(9만9173제곱미터) 신축 등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 대표가 알리바바와 같은 제2의 성공 신화를 창조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