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가까스로 타결한 3차 구제금융 실무협상 결과에 독일이 제동을 걸었다.
독일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의 실무협상 합의안에 의문점들이 있다며 유로그룹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브릿지론이 협상안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달에 첫 분할금을 지원할 수 없다면 브릿지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옌스 스판 독일 재무차관도 지난 7일 “급하게 합의하는 것보다 빈틈없는 합의가 낫다”고 언급해 브릿지론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협상단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강경한 입장으로 진통을 겪게 됐다. 그리스는 당장 이달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2억 유로(약 4조2000억원)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독일과의 이견차로 그리스의 구제금융 1차 분할금 수령 시기가 늦어진다면 ECB 채무 상환을 제때 이행 못 할 수도 있다.
그리스 관영 ANA 통신 등은 이날 그리스 정부가 3차 구제금융의 첫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건인 개혁정책 등과 관련한 일괄 법률안을 의회에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전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ECB,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실무협상을 벌여 3년 동안 850억 유로(약 110조400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양측은 또 지난달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 조건인 개혁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38개 항목의 법률안을 도출했다.
그리스가 ECB 채무 상환일 전까지 1차 분할금을 받으려면 그리스 의회는 13일에 입법 절차를 마치고, 14일 열리는 유로그룹에서 최종 합의안을 마련해 독일 등 일부 유로존 회원국의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여론에 직면해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신속한 입법절차를 위해 조이 콘스탄토풀루 의장에게 즉각 의회 개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소속이지만 구제금융 협상에 반대해온 콘스탄토풀루 의장은 의사일정을 지연하고자 이날 오후 9시30분에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회 표결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14일 오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리자 내 급진파 의원 30여명이 이번 표결에서도 반대할 것이 확실하지만,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야당들의 지원으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독일이 유보적 태도를 고수해 유로그룹 회의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치프라스 총리와 통화에서 여전히 3차 구제금융 협약 체결을 미루고 50억 유로 규모의 브릿지론을 우선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 실무협상에서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일정을 늦출 수 없다며 브릿지론 대신 본협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