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의 인기 제품 따라하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의 모방 제품이 그렇고, 최근 돌풍을 일으킨 ‘과일 맛 소주’도 마찬가지다. 시장 선도 제품의 인기에 편승해 나온 유사제품이 원조를 이기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내놓은 업체로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나도 똑같이(me too)’를 무한 반복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끝없는 불황이 몰고 온 불확실성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다. 2~3년 만에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식품기업 수장들로서는 단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는 타사 제품 따라하기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리스크 없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기간 연구개발에 몰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선발 업체의 인기를 이용한 비도덕적 상술이라는 오명을 쓰고도 업체들은 뻔뻔하기까지 하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그대로 따라한 농심은 ‘허니칩머스터드’를 비롯한 자사의 ‘허니시리즈’가 1분기 스낵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신빙성 있는 시장 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도 허니를 입힌 꼬깔콘 시리즈가 지난 4월 32년 만에 국내 스낵시장 1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이렇게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마케팅 비용만 늘어난다. 가격까지 내려가면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원조이고, 누가 베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쉽게 싫증낸다. 이런 악순환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품기업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연구개발비다. 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2012년 기준으로 0.69%다. 전체 제조업 평균(3.09%)의 5분의1 수준이라고 작년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도 식품업체 대다수는 연구개발비를 줄이거나 소폭 늘리는 데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는 업체는 CJ제일제당(1.34%)과 농심(1.1%) 2개사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0.5%도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제과업체 오리온을 예로 들면 매출액 대비 0.15%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 2조4630억원 중에 11억4100만원만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가 사용했다. 이마저도 0.25%였던 2013년에 비해서 줄어들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업체들도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비중 면에서는 의미없는 수치로 평가받는다.
‘미투’가 한국 식품산업을 대표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초코파이 외에 다른 브랜드가 해외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가 10년도 더 된 듯하다. 세계를 감동시킬만한 혁신 제품이 없는 것은 연구개발을 등한시하고 손쉽게 돈벌려 했던 탓이다. 체질 개선은 표절로 몸살을 앓았던 문학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도 꼭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