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호 열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주저앉은 넷마블 일으켜 모바일 게임업계 왕좌에

입력 2015-07-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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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첫 사업 IT버블로 뼈아픈 고배…2000년 자본금 1억으로 넷마블 창업잇단 합병에 1500억 벤처갑부 주목…CJ E&M에 지분 넘기고 경영에 전념건강 악화로 물러나 2011년 복귀… 넷마블게임즈 , 넥슨엔씨 자리 위협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난세는 요즘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이고, 영웅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을 지칭한 표현이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게임산업이 역성장에 맞딱뜨린 상황에서 방 의장은 발군의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5년이라는 야인생활을 접고 그가 게임업계에 복귀한 시점은 2011년 6월이다.

이후 방 의장은 CJ E&M 게임부문 상임고문을 맡으며 재도약의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1일 CJ E&M이 물적 분할한 CJ넷마블과 CJ게임즈를 합병한 넷마블게임즈를 출범시켰다. 넷마블게임즈는 방 의장 복귀 이후 괄목한 성과를 내며 단숨에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왕좌를 거머줬다.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방 의장은 게임업계 맹주를 지켜온 넥슨, 엔씨소프트와 어께를 나란히 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1968년생인 방 의장은 서울 구로에서 태어났다. 가정환경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릴적 방 의장은 여느 아이들처럼 만화방과 게임,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다만 자존감이 강했고, 호기심이 많아 하고 싶은 일은 꼭 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정형편상 학원에 가지 못했던 방 의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에 4개월간 신문배달로 모은 돈으로 속독법과 기억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찾아가 등록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뒤에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 대노했지만, 방 의장의 남다른 근성을 엿볼 수 있는 일화였다.

방 의장은 의협심도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등학교 시절에 ‘도덕재무장운동(MRA)’이라는 봉사단체에서 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힘이 쎈 친구가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그냥 보고 넘어가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방 의장을 잘아는 한 지인은 “방 의장은 학창시절에 호기심과 지적욕구가 강한 친구였다”며 “이 무렵에 사람과 사회에 대에 깊게 사고하고 관련도서를 찾아 책도 많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귀띔했다.

사실 방 의장의 꿈은 작가나 연출가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직접 연극대본을 써보고 공연도 했는데, 주변의 반응이 꽤 괜찮았다고 한다. 한번은 양로원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연극 공연을 준비했는데, 주제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끝에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제를 잡고 공연한 결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호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넷마블게임즈가 유저의 마음을 훔치고 모바일게임에서 승승장구한 것도 당시 쌓은 방 의장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방 의장의 첫 사업은 ‘뜻을 세운다’는 이립(而立)을 막 넘긴 31살 때로 알려졌다. 당시 방 의장은 인터넷 영화와 위성인터넷 콘텐츠의 성장성을 높게 봤다. 강한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은 사업시작 1년 뒤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각 가정마다 셋톱박스와 위성수신기라는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 의장은 어렵게 외자유치 성사단계까지 이끌어 냈으나 IT버블이 붕괴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뼈아픈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방 의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기술력 하나로 승부를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벤처는 대규모 인프라투자가 들어가는 사업은 아닌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을 얻은 것도 있다. 바로 게임이라는 콘텐츠 영역이었다. 당시 방 의장은 콘텐츠 업체와 코웍(Co-work)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2000년 심기일전의 각오로 게임기업인 넷마블을 창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월세가 부담스러워 강남 테헤란로 뒷골목에 허름한 사무실을 빌렸다. 자본금 1억원은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했고, 직원수는 10여명이었다. 이미 게임업계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한게임 등 50여개의 게임기업들이 난립한 상황이었다. 사업 첫해인 2000년과 2001년은 힘든 시기였다. 트래픽은 잘나왔는데 수익모델 구축이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당시 넷마블은 테트리스와 포커, 고스톱등을 서비스하면서 7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에 방 의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로커스홀딩스와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자회사로 편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수 후 개발(A&D)’이라는 신종 인수합병(M&A) 기법이 적용됐다. 전환우선주로 넷마블의 경영실적에 따라 보통주의 전환조건을 차등적용하는 옵션방식의 M&A란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로커스홀딩스로부터 3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은 방 의장은 방화벽 설치를 비롯해 결제시스템 구축 등 유료화 서비스를 구축했다. 2001년까지 실적이 없었던 넷마블은 이듬해인 2012년에 매출 270억원, 순이익 158억원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2003년에는 자회사인 넷마블이 모회사인 플레너스(구 로커스홀딩스)를 합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지분율 25.7%로 최대주주에 오른 방 의장은 일약 1500억원에 이르는 벤처갑부로 주목 받았다. 방 의장은 처음 넷마블 지분을 넘길 때부터 이 같은 계산을 염두한 듯 했다.

2004년 들어 CJ그룹에서 지분인수 제안이 들어왔지만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이 때에도 넷마블은 현금자산 1000억원에 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나올 정도로 우량했다. 굳이 매각할 필요성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100년 존속 기업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CJ그룹계열인 CJ E&M에 지분을 넘기고 경영에 전념했다. 그룹 주요 경영회의에 참석하며 대기업 경영 시스템도 익혔다.

방 의장은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경험도 필요했고, 개인 방준혁보다는 대기업에 소속되는 것이 넷마블의 연속성에서 필요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06년 건강이 나빠지면서 CJ를 떠나게 됐다. 2000년 넷마블 창업이후 CJ그룹으로 편입까지 숨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서 생긴 병이었다. 병원 검진을 받아보니 몸상태가 최악이었다. CJ를 나온지 2년간은 집중적으로 치료만 받았다. 경영에서 물러난지 4년이 흐른 뒤에야 겨우 몸이 회복됐다. 그러던 중에 CJ그룹측에서 연락이 왔다. 다시 게임사업부문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방 의장은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자식과 같은 넷마블이 너무 상황이 안좋았다”며 “자식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주변에서 반대한다고 안갈 수 는 없었고 어찌됐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2011년 6월 CJ E&M 게임부문 상임고문으로 돌아오며 게임업계에 복귀했다. 당시 CJ E&M의 게임부문은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마땅한 히트작이 없다는 것이 방 의장을 두렵게 만들었다.

방 의장은 “2011년 다시 경영에 복귀할 때에는 회사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며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일에만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방 의장이 복귀한 이후 바뀌기 시작했다.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조직 분위기가 살아났다. 히트작도 나오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지금은 구글과 애플 양대마켓 10위권 내 게임의 절반이 넷마블이 만든 게임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넷마블의 성장율도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매출액 5576억원에 영업이익 103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최소 50%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방 의장의 다음 도전은 명확하다. 넷마블을 한국이 자랑스러워 하는 글로벌 대표 게임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터키 등 8개국에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방 의장은 “넷마블이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성장해 누구나 일하고 싶고 유망산업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며 “그러다보면 게임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해소되고 한국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약력>

2014년~ 현재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2011년~ 2014년 CJ E&M 게임부문 총괄상임고문

2004년~ 2006년 CJ 인터넷 사업전략담당 사장

2003년~ 2004년 플레너스 사업전략담당 사장

2000년~ 2003년 넷마블 설립 대표이사

1998년 ~2000년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사업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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